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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언론동향) 자기표절·허위기재…논문 취소 6위 한국, 추락한 연구 윤리

  • 조회수 1149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1.08.13

출처: 중앙일보(중앙선데이) 홈페이지 강홍준 기자 보도 내용


강홍준 기자 

[출처] - 중앙일보(중앙선데이)

[원본링크] - https://news.joins.com/article/23572736


자기표절·허위기재…논문 취소 6위 한국, 추락한 연구 윤리



조국 딸 ‘제1 저자 논문’ 취소로 본 민낯 


대한병리학회는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제1 저자로 등재된 의학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뉴시스] 


대한병리학회는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이 제1 저자로 등재된 의학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뉴시스]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가 2009년 8월 대한병리학회지의 영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지난 5일 학회 차원에서 직권으로 취소(retraction)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이 고교 때 2주간 장 교수 밑에서 인턴으로 연구에 참여한 걸 계기로 이 논문의 제1 저자로 오른 데 대해 학회 측이 저자 자격(authorship)을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검찰 조사를 받았고, 학회 측은 논문 취소로 대응했다. 


‘리트랙션 워치’ 국가별 조사

연구 부정행위에 직업윤리 바닥

황우석 사건 이후 적발 되레 늘어


취소돼도 유용 연구비는 흐지부지

저자 자격 선물 ‘스펙 품앗이’도

 일부 교수가 지인의 자녀에게 저자 자격을 선물하고, 그 대가로 인턴 자리를 알아봐 주는 등의 ‘스펙 품앗이’ 실태가 조 후보자의 청문회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연구 윤리와 교수들의 직업윤리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건강 포털 코메디닷컴 이성주 대표는 “대학교수의 직업윤리는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취소된 논문만 502건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으로 ‘사이언스’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실린 그의 논문이 2006년 무더기로 취소됐으나 그 이후에도 대학 사회의 연구 부정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적발되는 횟수는 더 많아졌다. 전 세계의 논문 취소 사례를 모아 공개하는 전문 매체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에 따르면 2006년 이후 국제학술지에서 논문 취소된 한국인 저자의 논문은 모두 502건이었다. 1999년부터 20년간 취소된 한국인 저자 논문 534건 중 94%가 황우석 사태 이후 발생했다. 올해만 벌써 29건이 나왔다. 논문이 취소된 분야는 기초생명과학 분야가 가장 많았고, 논문 취소 사유 중 1위는 자기 표절이었다. 자기 표절이란 먼저 낸 논문과 같은 내용을 여기저기에 게재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까.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병리학회가 2016년 7월 영문 학술지에 취소 사실을 공지한 논문을 보면 한국 대학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시 취소 논문은 제대혈 줄기세포를 활용한 고혈압 등 치료연구로 공저자는 총 4명이다. 교신저자(학술지 편집인과 연락을 하는 저자)는 충북대 생명과학부 최모 교수이며, 제1 저자는 이모씨다. 이씨의 저자 이력에 담긴 소속은 서울대 의대 해부학과·고려대 의대 등으로 돼 있다. 이 학회 편집위원회는 논문 취소 사유에 대해 “연구자 소속 허위 기재”라고 했다. 물론 이씨의 소속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씨는 2006년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실에 조교로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논문을 쓸 당시 그 소속은 아니었다. 고려대에서 교내 연구비 3000만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것은 맞다. 


.그런데 이 논문의 교신저자인 최 교수는 이 논문의 저자로 들어간 사실을 논문이 나온 뒤에도 알지 못했다. 당시 논문 게재 과정을 조사한 강재승 서울대 의대 해부학 교수(대한 해부학회지 수석 부편집장)는 “이씨가 교신저자인 최 교수의 이름으로 e메일 주소를 만들어 학회 측과 연락을 취해 논문을 냈다”고 말했다. 고려대가 2015년 이씨에게 지원한 교내 연구비 3000만원의 논문 성과는 결국 게재 취소 판정을 받았으나 이씨는 이미 고려대를 떠났고, 연구비 문제는 유야무야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씨가 2017년 3월 대한해부학회의 영문 학술지에도 논문을 제1 저자로 낸 것이다. 이씨는 또다시 다른 교수들의 이름을 무단으로 논문에 넣었고, 게재 취소된 대한병리학회지의 논문과 내용을 비교할 때 63%나 겹치는 논문을 내 심사를 통과했다. 게다가 사람 몸에서 나오는 물질과 관련한 시험을 할 때 소속 병원의 기관연구윤리 심의위원회(IRB)의 검증을 받아야 하고 위원회는 승인번호을 내줘야 하는데 이씨는 이 번호를 허위 기재했다. 그 결과 이씨의 대한해부학회지 논문 역시 2017년 9월 취소됐다. 두 번의 게재 취소를 당한 이씨는 2017년에도 대한해부학회지에 논문 두 편을 보내 심사를 요청했다가 심사 단계에서 탈락했다. 강 교수는 “게재 취소 논문 두 편과 심사 단계에서 거부당한 논문 두 편 모두 연구자 소속 허위 기재, 내용 중복 등의 문제가 있었고, 실험단계에서도 약물만 다르게 해 논문 여러 편을 생산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은 논문 취소로 악명이 높다. ‘사이언스’가 지난해 11월 ‘리트랙션 워치’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별 조사를 벌인 결과 한국은 발표된 논문 1만 편당 취소 건수가 6건(세계 6위)이었다. 중국(1만 편당 5건, 7위)보다도 상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논문 취소 32건을 기록해 세계 9위에 오른 교수는 한 지방대 건강관리학과 A 교수였다. 이 교수는 2017년 대학을 나왔다. 


논문 취소 32건 교수는 대학 그만둬 


또한 리트랙션 워치 조사 결과 하주헌 경희대 의대 교수는 이미지 복제 등 연구 부정행위와 연관돼 그의 국제학술지 논문 3편이 동시에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SUNDAY는 하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 하 교수와 함께 연구에 참여한 고려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는 “실험 관련 재료를 (하 교수 측에)제공하고, 실험 방향에 대해 몇 차례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논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교수들과 마찬가지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한병리학회와 해부학회가 게재 취소한 이모씨 논문의 경우 저자에 대한 논문 투고 금지 조치만 내려졌다.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 차원에서 소속 학회 학술지에서 벌어진 부정 사실을 공유했다면 문제는 조기에 차단될 수도 있었다. 서정욱 서울대 의대 교수는 “연구 부정이 심각한 수준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반복적으로 부정행위를 하는 연구자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하며, 교수 임용이나 승진 때 논문 수 같은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취소 땐 ‘RETRACTION’ 치욕, 학술계의 ‘주홍글씨’


논문 취소(retraction)는 출판된 논문에 대해 저자나 학술지 편집인이 출판된 논문을 무효로 돌리고 기록에서 삭제하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논문이 실린 학술지 편집위원회가 취소를 공지한다는 것은 위원회가 문제없다고 출판한 논문 전체를 뒤늦게 무시하라고 알리는 것이다. 학술지를 펴내는 학회 입장에선 치욕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철회(withdrawal)는 출판 준비 상태에서 논문을 취소한 것을 지칭한다.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가 정한 ‘의학 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출판된 이후의 취소는 논문 취소이고, 출판 전 취소는 철회로 구분되나 두 용어가 실제로 혼용되고 있다. 


논문 취소 사유는 연구 부정이다. 위조, 변조, 표절, 중복 출판(자기 표절),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가 연구 부정에 해당한다. 이 밖에 연구 방법론의 오류 또는 실험이 재현되지 않는 것 등은 실수로 간주하며, 실수 역시 논문 취소 사유에 속한다. 논문 내용 중 일부만 문제 삼아 부분적 논문 취소(partial retraction)를 하는 경우도 있다. 논문에 실린 표나 그림, 일부 문장 등을 무효로 하는 것을 말한다. 


편집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취소를 확정 짓기 전에 ‘우려 표명(expression of concern)’을 발표하기도 한다. 연구 부정이 의심되나 최종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해당 논문에 문제가 있으니 조심하라고 우선 공지하는 것이다. 후속 연구자들이 문제의 논문을 인용하지 못 하게 하는 조치다. 편집위원회가 논문 취소를 결정하면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전자 논문엔 ‘RETRACTION’ 딱지가 붙는다. 학술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붉은 글자로 이러한 사실을 공지하다 보니 학술계의 ‘주홍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 논문 취소가 결정된 뒤 나오는 학술지 인쇄본엔 ‘취소 고지(retraction notice)’를 반드시 게재해야 한다.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


학술지 편집자와 연구자들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학술지 편집인은 논문과 관련해 질문을 해야 하거나 문제점을 발견했을 때 교신저자에게 연락한다. 대부분의 경우 교신저자는 책임저자 역할도 맡으며,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이기도 하다. 



기관연구윤리 심의위원회(IRB)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심의하는 위원회다.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혈액·소변·피부조직 등 사람의 몸에서 나온 모든 물질(인체유래물)과 관련한 실험을 할 때 이곳에 연구 계획을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환자나 가족에게 연구계획을 설명하고 동의서도 받아야 한다. 위원회는 이런 절차를 밟은 연구자에게 승인번호를 내준다.




강홍준 기자 

[출처] - 중앙일보(중앙선데이)

[원본링크] - https://news.joins.com/article/2357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