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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안내/보도기사 인용] 연구부정행위 유형(부당한 저자표시)

  • 조회수 142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1.08.03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자신의 연구에 참여시키고 논문 공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이나 영향력이 최상위급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많았고 상당수는 국비 지원도 받았다. 


국민일보가 4일 주요 학술논문 등재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최근 10년간 최소 10명 이상의 교수 및 연구자가 미성년자 자녀를 자신의 논문 공저자로 등록했다.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대 서울여대 영남대 전남대 등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많았다. 논문 40여편에 아들을 저자로 올린 서울대 교수(국민일보 11월 21일자 13면 참조) 외에도 여러 교수가 같은 방식으로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교수의 자녀 10명이 중·고등학교 재학 기간 발표한 논문은 모두 24편에 이른다. 2명은 각각 4편의 논문에 참여했다. 2명은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 논문을 제출했다. 이들이 첫 논문을 학술지에 제출했을 때 평균 연령은 만 16.4세였다. 이들 중 3명은 대학 진학 후에도 아버지 논문에 이름이 실렸다.


논문들은 유수의 학술지에 수록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10명 중 8명은 SCI 등재 학술지에 첫 논문을 실었다. 데뷔한 학술지의 영향력지수(IF) 평균은 3.0(올해 기준)이었다. IF가 10.1인 학술지에 첫 논문을 발표한 경우도 있었다. IF 10 이상이면 최상위 학술지로 평가된다. 해당 연구는 두뇌한국21플러스, 한국연구재단 등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한 자금으로 진행됐다.


기여도에 따라 부여되는 논문 저자 순위도 상위권이었다. 교수의 자녀가 제1저자로 등록된 경우가 3편이었고, 제2저자로 등록된 논문도 8편이었다. 평균 3.5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연구 분야는 생명과학 6명, 전기공학 3명, 화학 분야 1명 등 10명 모두 이공계였다. 논문에 참여한 자녀 중 2명은 외국어고에 재학 중이었다. 자립형사립고 재학생이 4명, 일반고 3명, 과학고 1명이었다.


해당 교수들은 모두 “문제될 만한 일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다수는 자녀가 방학 동안 연구실에 나와 연구에 참여하는 등 해당 논문에 실질적 기여를 했고, 저자 명단에 이름을 수록한 것은 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논문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들여다봐야겠지만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미성년 자녀를 논문 공저자로 올리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무려 4편 논문에 주·공저자 

 교수 아버지 “초고 작성에

 직접 참여… 역할 했다” 주장


 실험기구 세척·정리 하고도

 버젓이 이름 올린 경우도


 몇몇은 대학 입시에 활용 

 자소서에 논문 공저자 기재


 일부는 “스펙 때문에” 고백 

 일부는 “논문에 기여” 강변


중·고등학생 자녀를 자신의 논문 저자로 올린 교수들은 모두 “자녀들이 논문 작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자녀들이 방학기간 짬을 내 연구에 참여했다는 해명이 가장 많았다. 일부 교수는 자녀가 논문의 핵심 부분에 기여했다고 주장했지만 나머지는 연구활동을 거들어줘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고 인정했다.


4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2013∼2014년 연세대 A교수는 두 편의 과학기술논문색인(SCI)급 논문에 고등학생 딸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고교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공식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한 프로그램이 아니었기 때문에 참가 학생은 딸 한 명뿐이었다. A교수는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에게 딸을 소개하며 연구를 보조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딸이 실험실에서 한 일은 초보적인 것이었다. 주로 실험기구를 세척하거나 관련 논문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가끔 기초적인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실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벅찼다. A교수도 “딸이 전문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매우 힘들어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딸은 IF(영향력지수) 10.1인 세계적인 학술지에 데뷔하는 데 성공했다. A교수는 딸의 미미한 기여도를 의식해 이름 순서를 뒤로 빼고, ‘과학 캠프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학생’이란 식으로 설명을 달았다. 그는 “딸의 기여도는 1∼5% 수준이지만 노력, 성실성, 전문 지식의 획득 정도와 연구원들의 평가를 반영해 공정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그가 발표한 논문 중 고등학생이 저자로 기재된 사례는 딸 한 명뿐이다.


몇몇 학생들은 이런 논문 실적을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 2013년 B씨(23)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외국 대학 여러 곳에 이력서를 냈다. 그의 이력서에는 특이한 경력이 있었다. ‘2007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면역 장애에 대한 연구를 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아래 적힌 바와 같이 다수의 논문에 공저자로 참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GIST는 당시 그의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하던 곳이다.


B씨는 아버지 연구실에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인턴 생활을 하면서 고교 3년 동안 네 편의 논문에 주저자 및 공저자로 이름을 실었다. 고3 때 발표한 리뷰 논문에는 아예 제1저자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리뷰 논문의 경우 영어를 잘하는 아들이 초고 작성에 직접 참여했지만 현재 너무 오래돼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나머지 연구도 실험 보조로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펙 쌓기’ 경쟁 탓에 자녀를 연구에 참여시켰다고 고백한 교수들도 있었다. 성균관대 C교수는 고등학생 딸을 2007∼2009년 두 편의 논문에 각각 제2저자, 제3저자로 실었다. 다른 연구생들의 이름은 딸 뒤로 밀렸다. C교수는 “딸이 시퀀싱(Sequencing·DNA 염기서열 분석)에 참여하면서 돌연변이 몇 개를 찾았다”며 “허위로 이름을 넣은 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하나를 특출하게 잘해야 대학을 간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나도 위기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공대 D교수는 아들이 오히려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줬다고까지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고등학생인 아들을 총 세 편의 논문에 참여시켰다. 첫 논문에는 아들이 D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과 함께 제1저자로 실렸다.


D교수는 “대학원생이 오랫동안 난관에 봉착했던 부분에 대해 아들과 우연히 얘기했고, 이틀 후 아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리비전(Revision·수정)은 주로 해당 대학원생이 했지만 아들도 초안 작성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보통 학술지에서는 논문 저자들이 객관성에 영향을 줄 만한 이해관계가 없었다고 선언하도록 하고 있다”며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연구에 참여시키는 경우 이 부분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생활 내내 아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또 다른 교수는 “아들이 여러 연구실에 문을 두드렸지만 받아주는 데가 없어 내가 지도했다”며 “외국에선 오히려 자녀와 함께 연구하는 걸 장려하는데 국내에선 부정적 시각이 많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우재 오타와대 의대 교수는 “외국에선 오히려 친인척, 특히 자식과 같은 논문에 저자로 들어가는 걸 피한다”며 “고등학생이 논문에 참여해 저자로 등록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는데 그걸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출처] - 국민일보 ,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861079&code=11131100&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