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모델에서 옴니 모델로 – 생각하는 AI,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AI |
최근 DeepMind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를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다. 바로 사고(thinking) 모델과 옴니(omni) 모델이다.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다. AI가 단순히 정답을 빠르게 찾아내는 수준을 뛰어 넘어, 스스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고 가장 나은 길을 고르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
사람이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보통 머릿속에서 여러 가능성을 그려 보고, 잘못된 길을 버리며 답에 다가간다. 최근 AI 모델들은 이런 과정을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사고 모델”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문제를 풀 정도로 뛰어난 답을 내면서도, 초등학교 수준의 간단한 문제에서는 엉뚱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AI가 아직 들쭉날쭉한 지능(lumpy intelligence)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
사람이 계산기를 쓰듯, AI도 스스로 도구를 부를 수 있다면 훨씬 강력해진다. 검색, 수학 프로그램, 다른 AI 모델까지 불러와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능력을 직접 AI 안에 집어넣는 것이 좋은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코딩과 같은 영역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능력은 AI 내부에 넣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체스처럼 지나치게 특수한 능력은 오히려 바깥 도구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 어디까지를 내재화하고 어디까지를 도구에 맡길지는 앞으로도 중요한 실험 주제가 될 것이다. |
하사비스가 말하는 또 다른 방향은 옴니 모델이다. 지금은 텍스트를 다루는 모델, 영상을 만드는 모델, 게임을 설계하는 모델이 따로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모든 능력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영상을 만들고, 과학 문제까지 푸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하나의 모델이 모든 걸 다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구글의 Gemini처럼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처리하는 모델이 등장했고, 영상 생성 모델 Veo도 개발되고 있다. 옴니 모델은 미래라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흐름일 수 있다. |
AI가 점점 더 지능화될수록, 인간의 자리는 어디에 남을지에 대한 물음은 더욱 절박해진다.
- 사고 모델이 고도화되면, 우리는 문제 해결 과정 전체를 AI에 위임하고, 정작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정하는 힘을 서서히 잃어갈 위험이 있다.
- 도구 사용이 일상화될수록, 사람은 결과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기보다 AI가 제시하는 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버튼 누르는 존재로 축소될 수 있다.
- 그리고 옴니 모델이 현실로 다가올수록, AI 내부의 복잡한 추론 구조는 인간에게 점점 불투명해지고, 그 결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조차 흐릿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모든 우려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현실의 한 단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기술의 진보를 환영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꺼내어 검토해야 한다. |
위와 같은 AI의 변화는 대학 교육에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 여전히 인간이 붙잡아야 할 능력: 비판적 사고, 기초 수학, 코딩처럼 문제를 구조화하고 맥락을 해석하는 힘. 이는 AI가 빠르게 모방하고 확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경험과 가치 판단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 AI에 위임할 수 있는 영역: 검색, 계산, 반복적 작업 등은 기계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한다. 다만 그 결과를 비판적으로 읽고, 의미를 해석하고, 필요하다면 재구성하는 과정은 학습자에게 남겨진다.
- 새롭게 요구되는 과제: 학생들은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함께 전개하는 파트너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문제 정의와 의미 부여조차 AI가 시도하는 시대에, 인간은 협력 속에서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을 지는 존재로 훈련되어야 한다. |
🔚 정리하면, 사고 모델에서 옴니 모델로 이어지는 흐름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AI에 맡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야말로 앞으로 교육과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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